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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로 돈 버는 회사 추려내고 구라 치는 회사 찾아내는 방법
by 박동흠 |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Q. 뭘로 먹고 살고 있습니까?

회계법인 회계사인데 회계사 일을 안 하는 회계사입니다. 법인에 제 방 임차료 내며 제 일(주로 강의, 기업 분석)하고 있어요. 제가 속한 작은 로컬회계법인은 자영업자 모임이라고 보면 돼요. 월급 받는 게 아니고 각자 일해서 벌죠. 대형회계법인은 대기업이랑 비슷한 구조인데 로컬회계법인은 개업회계사들이 있는 곳이거든요. 대형회계법인 있을 때는 월급 받고 보너스 받아서 안정적이기는 한데 일이 너무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고 온갖 머리 아픈 일을 다 해야 하고…

Q. 그래서 독립하셨군요.

솔직히 회계사 일 15년 넘게 하다 보니 재미도 없고, 더 늙기 전에 새로운 거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책 쓰게 되었고 강의도 하게 되었죠. 그런데 강의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결국은 회계사 일을 접었죠. 특히 주식투자를 위한 기업 분석 강의라는 게 적시성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자료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거든요. 강의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니 다른 일은 못 하겠더라고요.


TV 출연으로도 바쁘신 몸 / 출처: MTN

Q. 어쩌다가 회계사가 된 거죠?

전 주식투자 잘하려고 회계사 땄어요. 나중에 회계사 되면 기업분석을 잘해서 주식투자 잘할 거라 생각했죠. 대학 졸업하고 몇 년 고생해서 땄죠. 취직하자마자 증권계좌 만들어서 바로 주식투자 시작했어요. 초심자의 운까지 겹쳐 잘 벌었죠. 신이 나니까 밤잠 줄이면서 했죠.

Q. 역시 회계사 파워인가요?

아니요. 주니어 시절은 너무 바빠서 재무제표도 못 봤어요. 그냥 어중이떠중이 소문에 운빨로 했죠. 그냥 장이 좋았던 건데, 그걸 실력으로 생각했어요. 특히 대세 상승 전이던 2006년부터 STX그룹 주를 많이 사서 2007년에 크게 번 게 한몫했죠. 그런데 그게 2008년 되니까 금융위기 오면서 죽죽 빠졌어요. 다행히 전에 벌어놓은 게 있어서 본전은 건졌죠… 하지만 몇 년 동안 헛걸음했다고 생각하니 허망하더라고요.

Q. 아니, STX를 샀는데 금융위기 때 손해를 안 봤다고요?

네. 그 2007년에는 중공업, 해운주가 대세였어요. 몇 배씩 올랐거든요. 팬오션 상장할 때 공모주 청약도 해서 며칠 만에 2,000씩 벌고 그랬죠. 그때 BIG 4 회계법인 다닐 때라서 월급도 괜찮았는데, 거기에다 한 달 안에 연봉 수준의 돈을 추가로 벌고 그랬어요ㅎㅎ. 그때 같이 근무하던 동료회계사들이 부러워했죠.

근데 그럼 뭐해요. 벌어 놓은 거 금융위기 때 다 까먹었어요. 멋모르고 시장이랑 부딪쳐보다 엄청 터졌던 거죠. 급락하는 장에서 온갖 잡주 다 샀어요. 상폐로 또 몇천 날려 먹고… 그러다 보니 이게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2009년부터 제대로 된 투자원칙을 세웠어요.

Q. 그 원칙이 뭐죠?

싸고 좋은 기업 아니면 절대 안 산다. 무조건 분석한 가격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Q. 뭐, 주식 분석해보면 싼 거 여기저기 있잖아요. 굳이 생각한 주식 기다리는 이유가 있나요?

자산가치만 있고 성장 가능성은 없는 단순 저평가 형은 빼야 해요. 자산가치, 수익가치 다 있는데도 주가 안 가는 애들만 보고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사기 시작하죠.

Q. 아니, 자산가치에 수익가치까지 있는데 싸면 그냥 지금 사도 되지 않나요?

제가 금융위기 트라우마가 좀 있어요. 그 이후로 완전 보수적이 된 거죠. 버핏도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는 것을 1원칙으로 내세웠잖아요. 좋은 주식은 싼값이 아닌 적정가에 사도 되는데, 저는 내상을 한 번 입어봐서 더 보수적으로 해요. 상폐까지 당해봤으니까…

Q. 이후 수익은 어떤가요?

안정적으로 시장 평균 이상으로 나오고 있어요. 특이한 게 전 수익률 계산을 안 하고 수익금 계산을 해요. 전 항상 목표가 매년 대기업 초봉 이상 버는 거예요. 이러면 사회생활이 1년씩 연장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거든요. 올해도 운이 좋아서 3월까지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 이상으로 계속 벌고 있어요.


워런 버핏의 제1원칙: 돈을 잃지 마라 / 워런 버핏의 제2원칙: 제1원칙을 잊지 마라

 

재미있는 재무제표의 세계: 회계사의 눈에는 다 보인다, 자잘한 꼼수가

Q. 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죠.

저는 바텀업 방식으로 투자해요. 절대 탑다운 방식으로 투자하지 않죠. 예를 들어 바이오, 반도체 좋다고 셀트리온,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아요. 엑셀로 재무정보를 다 분석해서 위로 올라가죠. 그렇게 자산가치 있는 부자 회사, 돈 잘 버는 회사를 추려내죠. 이들 회사를 가지고서 사업보고서를 분석해요. 그리고 주가를 보며 가격이 내려가면 주식을 사기 시작하죠.

Q. 물타기 하는 건가요?

항상 분할 매수해요. 개투(개인투자자)는 시장을 못 이기고 시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개투는 반드시 겸손해야 해요. 사업보고서를 열심히 봐도 시장이 생각보다 내려갈 수 있고 강하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매수도 분할, 매도도 분할 원칙이죠.

Q. 그러면 PER, PBR 등을 보는 건가요?

그런 지표 안 봐요.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완전히 뜯어 보죠. PER, PBR은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요.


이 안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다. / 신한금융지주 대차대조표

Q. 그래도 어느 정도 볼만한 지표 아닌가요?

회사가 분식을 하면 자본과 손익이 좋아져요ㅎㅎ. 그러면 저 PER, 저PBR 주식으로 보이게 되죠. 실제로는 부실한 기업인데…

Q. 회계사의 눈에는 분식회계가 딱딱 잡히나요?

네. 자세히 보면 보여요. 간단한 예로 매출채권이 회수가 더뎌서 계속 쌓인다거나 재고자산이 비상식적으로 늘어난다거나… 그런 경우는 분식회계를 의심해보죠.

Q. 그게 무슨 이야기죠?

대부분 상거래가 외상이다 보니 기업 재무제표마다 매출채권이 있어요. 그런데 외상을 줬으면 빨리 회수해야 하잖아요. 1년에 10억 원 정도 매출하는데 매출채권이 10억 원 넘게 잡혀 있다면 말이 안 되겠죠? 사업하는 입장에서 매출채권 대부분이 오랜 기간 회수 안 되면 아마 밤에 잠이 안 오거나 화병 날 거예요. 재고도 마찬가지예요. 1년에 원가 기준으로 5억 원 치 파는데, 재고자산이 5억 원 넘게 잡혀 있으면 이 회사 공장 1년 안 돌리고 놀아도 된다는 얘기죠. 쌓인 재고 5억 원 치 내년에 팔아야 하니까요.

일반인이 저처럼 꼼꼼하게 따져보진 못하죠. 그럴 때는 일단 현금흐름표와 손익계산서, 둘만 비교해도 큰 도움이 돼요. 손익계산서는 이익 나오는데,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매년 마이너스다… 그러면 회사가 돈을 못 벌어서 돈이 없으니 은행 가서 돈 빌리겠죠. 그렇게 재무구조가 점점 안 좋아져요.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었죠. 순이익 난다는데 계속 영업 현금흐름 마이너스, 버는 돈은 없는데 손익계산서상 이익은 나와요. PER, PBR 같은 지표로는 분석 안 돼요.


예시. 2015년 바디프렌드의 현금흐름표. 렌탈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라 좋지 않은 현금 흐름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이고, 원인은 매출 채권의 증가로 보인다. / 출처: 박 회계사의 블로그

Q. 정말 재밌는 재무제표의 세계네요.

재무제표로 구라 치는 방법, 이런 걸로만 종일 강연할 수도 있어요. 국제회계기준 들어오고 나서 재무제표가 점점 짧아져요. 대신 주석은 점점 길어져요. 그런데 중요한 정보는 주석 사항에 다 있거든요. 주석 사항을 많이 봐야 해요. 또 우리나라만의 문제이긴 한데, 특수관계자 거래로 장난치는 경우가 많아요. 예로 대주주가 회사를 하나 세우면, 이 회사가 특수관계자가 돼요. 상장회사가 그 회사에 계속 돈을 빌려줬는데, 이 회사가 망해요. 그러면 돈을 못 받아요.

Q. 아니, 그건 그냥 대놓고 배임 아닌가요-_-?

회사에 가서 물어보면 우리가 회사 하나 세워서 사업 열심히 하려 했는데 잘 안 됐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Q. 어, 그렇게 보니까 또 말 되는데-_-?

나중에 알고 보면 다 빼먹은 거죠. 작은 회사는 회계감사도 안 받으니 분식 회계할 수도 있고, 단순하게는 일감 몰아주기도 있죠. 솔직히 잡으려고 하면 다 잡아요. 작년부터 오뚜기가 정말로 착한 기업인가, 사실은 일감 몰아주기 하는 나쁜 기업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제가 이거 꽤 예전부터 지적했어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시대를 앞서서 떠드느라 묻혔지만;;


가만히 있다가 한 대 얻어맞은 오뚜기

Q. 일감 몰아주기가 나쁜 이유가 뭡니까?

상장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이 늘지 않아요. 중간에 다 빼먹으니까, 우리 같은 상장기업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미쳐버릴 일이죠.

Q. 삼성전자와 계열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국제회계기준 도입한 이후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가 되었어요. 삼성전자가 핸드폰 만들 때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삼성전자한테 팔고, 삼성전자는 많이 매입해요. 그러면 당연히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이 높아지죠. 근데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에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거의 다 가지고 있어요. 두 회사 합쳐서 연결재무제표 만들면 내부거래 다 제거되어 버려요. 그래서 그쪽에 일을 몰아주든 말든 중요하지 않아요. 대기업들 대부분 그래요.

Q. 그에 반해 오뚜기는 어떤가요?

오뚜기가 일감 주는 오뚜기라면은 회장님이 최대 주주에요. 2년 전 진짬뽕 엄청 팔렸어요. 거기에 원자재 가격도 떨어져서 이익 어마어마하게 나와야 정상이었어요. 주가가 150%나 뛰었죠. 근데 실적이 15%밖에 안 늘어난 거예요. 대신 라면 만드는 오뚜기라면은 실적 잘 나왔죠. 작년 상반기 때 오뚜기 피자까지 터졌는데, 오히려 오뚜기 실적은 더 줄었어요. 피자를 만드는 조흥이라고 오뚜기 계열사 실적만 좋았죠ㅎㅎ 여기도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Q. 아니… 처벌 안 받나요?

공정거래법상 자산규모 5조 이상만 규제 대상이에요. 그래서 요즘 범위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많죠. 중견 상장기업들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많이 보니까.


안 그래도 2017년 중순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서 기업들이 크게 긴장한 적 있다. 참고로 첫 타자는 하림그룹이었다. /출처: 동아일보

Q. 오뚜기에 원한 가진 것 같은데-_-;; 혹시 주식은 샀나요?

원한은 없는데ㅎㅎ 이런 주식은 절대 안 사요. 이익이 늘어날 수가 없는 구조니까요. 만약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확대하겠다 하면 바로 사야죠. 그러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탈피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조정하든지 지배 관계를 바꾸든지 수를 낼 거예요. 오뚜기라면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거나 오뚜기와 합친다면 정상이익이 나올 테니, 기대할만하죠.

 

 

업종별로 살펴보는 가치투자의 방법

Q.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박동흠의 가치투자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재무정보만 가지고 일단 두 가지를 봐요. 순금융자산과 부동산 가치 큰 기업, 계속 이익 내는 기업. 이걸로만 딱 필터링하고 걔네들 사업보고서만 죽어라 보는 거죠. 보통 500개 정도 나오는데, 더 엄격하게 필터링해서 확 줄여요. 선별된 애들 관심 종목에 집어넣고 가격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그렇다고 주가 내렸다고 넙죽 사면 안 돼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어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생각 못 한 악재가 있는지 살펴봐야죠. 그거 다 살펴보고 사도 안 늦어요.

Q. 솔직히 두 가지 조건으로 거른 주식만 사도 이익 볼 것 같은데요.

안정적으로 나오죠. 퀀트 방식으로 사업보고서 분석 없이 포트폴리오 잡아서 테스트 돌려 보니까 포트 수익률 5% 이상은 꾸준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문제점이, 포트폴리오가 좀 난삽해져요. 기업이 워낙 많으니까요. 저는 보통 딱 5개 정도만 집중해서 들고 있어요. 너무 많은 회사 주식을 사면 그때그때 이슈에 대응하기 힘들거든요.

Q. 리밸런싱은 얼마 주기로 하나요?

딱 정해진 주기는 없어요. 길게 홀드한 건 3년 넘어간 것도 있어요. 보통 6개월은 기본으로 가요. 다음 분기 실적이 나올 때마다 체크를 하죠. 오래 가져간다는 생각을 해야 떨어져도 마음이 편하죠.


엄선한 소수의 종목만 들고 있는 것이다.

Q. 단타는 안 칩니까?

단타라기보다는 호재를 활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예로 몇 달 전 ‘평창 롱패딩’이 네이버 검색어 1위였어요. 저도 바로 검색해봤죠. 롯데백화점 사이트 들어가서 옷 스펙 보니까 제조사가 신성통상이었어요. 간략하게 재무 분석해보니까 제 기준에는 미달이더군요. 하지만 이 정도 판매량 늘어나면 분명 이익은 커지겠다, 싶더니 이틀 만에 30% 올라서 판 적도 있어요. 〈신과 함께〉 영화 흥행 조짐 보일 때도 냉큼 제작사인 덱스터 주식 사고…

Q. 아니, 가치투자, 퀀트 이런 이야기 하더니 무슨…

이건 그냥 정말 용돈 넣는 수준이에요. 이렇게 잘 모르는 기업에 내 돈 100% 넣는다 생각해봐요.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잘걸요? 〈타짜〉에서도 말하잖아요.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자신 있고 확실한 종목에 베팅하는 거예요.

Q.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사업보고서를 뜯어보죠. 그 전에… 애널리스트 자료는 참조하나요?

거의 안 봐요. 중요한 내용은 사업보고서에 다 나오고, 사업보고서 잘 뜯어보면 되게 재밌거든요.

Q. 그러면 사업보고서에서는 무엇부터 봐야 합니까?

먼저 자산가치부터 본다고 했죠. 차트 보는 사람들이 지지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차트 안 뜯어봐도, 자산가치가 있으면 정말로 떨어지는 데 한계가 있어요. 예로 현금 1,000억에 부동산 1,000억 있는 회사라 생각해봐요. 당장 그것만 해도 2,000억은 있는 거잖아요.


자세한 내용은 책으로도 낸 적 있다. /출처: 네이버 책 이 책에서는 10가지 업종을 다루었다. /출처: 네이버 책

Q. 그러면 기계나 이런 것도 자산가치로 인정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요. 수익에 기여하는 건 자산가치가 있다고 보면 안 돼요. 예를 들어서 공장이 엄청나게 큰 포스코를 상상해 봐요. 그 공장에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는 자산으로 잡혀 있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한 영업용 자산이에요. 이 공장으로 앞으로 얼마 벌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봐야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해요. 기계도 많고 공장도 큰데 자산가치 큰 거 아니야?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이건 수익을 위한 자산일 뿐이에요. 팔아버리는 순간 사업 안 하겠다는 거니까…

Q. 뭐 그래도, 공장도 기계도 팔 수는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러면 수익가치가 줄겠죠. 그러니까 영업자산 제외하고 비영업자산만 보는 게 편해요. 컴투스를 예로 들면 쌓인 현금과 부동산만 6천억인데, 시총이 1조 5천억이에요. 그럼 현금, 부동산 다 떼어낼 때 컴투스 수익가치가 9천억보다 클까 적을까를 생각해 보죠. 1년에 수천억씩 꾸준히 벌고 있고, 게임 라인업, 자회사 역량 등을 보면 앞으로도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투자하는 거죠. 컴투스는 1년 전에 시가총액 1조 5천억 원 아래에서 투자했는데 세월 지나고 나니 거의 80% 올랐네요.

Q. 자산 다음, 수익모델은 어떻게 보죠?

사업보고서에는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내용이 굉장히 많아요. 제조업을 예로 들면 최근 3년간 판매가격 정보, 원재료 가격 추이, 공장가동률, 앞으로의 사업계획 등이 다 있죠. 그걸 재무제표와 잘 엮어 앞으로 잘 벌 것인지 살펴보고 투자하는 거죠.

Q. 음… 질적인 부분이 많아서 숫자로 딱 떨어지기 힘들 것 같은데요.

떨어지는 것도 있어요. 전 숫자로 안 떨어지는 건 기업의 모습이 잘 안 그려지니 투자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시 제조업을 예를 들면, 제품 판매가는 오르는데 원자재가격은 내려가요. 근데 이 회사 연간 지출하는 비용 중에 원재료 매입액이 가장 커요. 그런데 원자재 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니 이익 폭은 점점 커지겠죠. 그런 회사는 숫자가 나와요. 아주 정확한 예측은 아니라도, 순익이 늘어날 거라는 방향성 정도는 확신할 수 있죠.

Q. 자… 그러면 업종이 같은 회사는 동시에 좋아질 텐데, 어느 회사를 사야 하죠?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회사인지가 중요해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보통 판매가격에 전이가 되는데, 판매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려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기업이 진짜 경쟁력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자동차 부품회사들을 예로 들면 완성차 이익률이 줄면 납품단가 후려침으로 인해 부품회사 실적이 더 악화해요. 그런데 이 와중에 오히려 판매가격 올려서 팔고 이익을 더 늘리는 기업도 있어요. ㅎㅎ 단, 자동차 업계가 워낙 안 좋아서 주가는 안 가더라고요;;;

Q. 독점기업을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그게 버핏이 이야기한 경제적 해자와 일맥상통하죠. 사업보고서 보면 보여요. 누구나 장사할 때 당연히 비싸게 팔고 싶잖아요? 실제 그런 능력이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수치로 확인 가능해요. 시장점유율 정보로 확인해도 되고, 판매가격 정보로 확인해도 되요. 이런 회사들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는 거죠.


이 회사는 주력 장비가 실질적 경쟁업체 없이 거의 독점하는 체제라고 설명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유일한 중소형 led 생산업체인데, 이 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에 독점적으로 장비를 납품하기 때문이다. 박동흠 회계사는 ‘지금 가격도 싸다’는 결론을 내렸다. / 출처: 박 회계사의 블로그

Q. 그렇게 따지면 IT 주식은 손도 못 대는 것 아닌가요?

IT는 능력 밖이에요. 게임 주만 사요. 2년 전에 엔씨소프트 사서 2배 봤고, 작년엔 컴투스 샀죠. 둘 다 금융자산이랑 부동산을 엄청 갖고 있어요. 엔씨소프트는 작년 시총이 5조였는데, 금융자산과 부동산만 3조 가까이 돼요. 엔씨소프트는 PC방 게임 특성상 그야말로 아재들의 회사죠.

근데 이 회사가 리니지를 모바일로 만들어 낸다니까 수익가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서잖아요. 숫자가 더 좋아질 건 불 보듯 뻔했죠. 컴투스도 서머너즈워 이후 대박은 없지만, 평타는 잘 치고 회사 구조가 좋더라고요. 하이브라는 플랫폼이 자리 잡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샀어요. 그리고 엔씨소프트랑 컴투스는 지적재산권(IP)이 풍부해서 향후 몇 년은 히트 친 게임으로 계속 우려먹을 능력도 돼요.

Q. 바이오는 죽어도 못 사겠군요.

신라젠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 보면 딱 답이 나와요. 2020년 되면 성과 나올 수도 있다 했는데,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신약성공확률이 매우 낮으니… 그런데 그 회사가 제시했던 추정실적 대비 기업가치 보다 지금 시가총액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요.

이런 건 개투의 영역 밖인 것 같아요. 재무제표 보면 아무것도 없는 회사라 미래만 기대해야 해요. 돈 엄청나게 벌어들이는 글로벌 제약사 보면 PER 20 미만 수두룩하거든요.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을 팔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레코드가 전무한 상황이에요. 바이오 회사들이 성공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검증 안 된 기업은 투자 안 하는 성향이라…

Q. 건설이나 중공업 같은 기업은요?

건설이나 중공업 주식은 10년 전에 사보고 안 사봤어요. 솔직히 재무제표 확신이 안 서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건설 등 3분기까지 이익 잘나다가 4분기 때 숫자가 뒤집히는 거 보면 참 어려워요. 동원건설 같은 데가 실적이 항상 잘 나오고 재무구조도 좋기는 한데 건설 경기가 안 좋다 하니;;;


건설업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매출총이익률이다. 저가 수주를 하지 않아야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 수 있고, 진행률 조작을 해도 급격한 손익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표의 대원은 매출총이익률이 15% 정도로 나쁘지 않다. / 출처: 박 회계사의 블로그

Q. 업종별로 알아보니 참 재밌네요.

맞아요. 사업보고서에서 봐야 할 포인트가 업종별로 달라요. 예로 강원랜드 같은 경우는 입장객 수와 입장객 1인당 수익만 봐도 대략은 잡히죠. 2014년부터 1인당 수익이 점점 늘었는데, 올해는 워터파크가 생기며 입장객 수까지 늘 거예요.

단 공기업으로 신분이 바뀌고 영업시간도 줄어서 아쉽게도 실적 잘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튼, 하나의 사업에 속한 대표 기업에 대하여 이렇게 몇 년 동안 보다 보면 스토리를 꿰게 돼요. 동종 업체 비교도 손쉽게 할 수 있고요. 작년에 제 경우도 카지노주 중에 정작 샀던 건 GKL이었어요. 돈 많고 실적 꾸준히 내는 기업인데 시총이 아까 컴투스 레벨까지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Q. 성장주에 좀 플러스를 주거나 하는 매크로 트렌드는 무시하나요?

전 철저하게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대부분 했던 명언이죠. ‘예측하지 마라’고. 반도체 언제 꺾일지, 바이오 터질지 안 터질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가치투자하는 사람들이 되게 외로워요. 작년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안 샀지, 바이오주 안 샀는데 주변에서는 돈 벌었다고 난리인데 얼마나 외롭겠어요. 작년에는 목표수익금인 대졸 신입사원 연봉도 못 채울 뻔했어요. 그러다 하반기에 보유하고 있던 종목이 올라가면서 겨우 채웠네요. 휴… 그래도 이쪽이 훨씬 안정적이니 계속 가야죠. 정작 10년 박스권에서 남들 다 어려울 때 가치투자는 성적이 괜찮았었어요.


가늘고 길게 가는 지름길이다!

 

 

‘돈 버는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Q. 가치투자자로서… 가치투자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해 봅시다.

한투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대표님의 저서와 랄프 웬저의 책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문구가 있어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투자수익 대부분 전체 보유 기간의 7% 기간 동안 발생했대요. 그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대요. 그런데 그 기간이 언제 올지 모르고 타이밍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쌀 때 사서 계속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저도 빨리 돈 벌어서 부자 되고 싶어요. 젊을 때는 그 생각에 무리한 투자도 했는데, 이제 나이도 먹고 하니까 생각이 여유로워요. 대박보다는 그냥 ‘대기업 신입사원 1년 연봉만 확실히 벌자’고요. 확실히 벌어야 하니까 애초에 투자종목 고르는 시간부터 길어요. 이놈 저놈 실적으로 쳐내고 사업보고서로 또 자르고 투자하면서 한참 기다리죠. 그러면 테마주나 모멘텀주로 남들 폭등하는데 혼자 멍 때려요. 그래도 힘든 시간 지나고 나면 보상이 오더라고요.

Q. 수익은 어디로 돌리나요?

전부 증권계좌로 재투자해요. 재테크는 주식만 해요. 특히 공모주를 11년째 하고 있어서 시드머니가 항상 많이 필요해요. 공모주 있을 때마다 매번 제 블로그에 분석 글 정리해서 올리죠. 일반인이 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청약 잘하면 단기간에 확실히 돈을 벌 수 있죠.

문제는 이틀간 묶이는 돈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마이너스 통장, 보험약관대출 등 다 끌어와요. 청약 후 이틀 뒤 환급받으면 다시 메우고, 청약받은 주식이 상장되면 이익 내서 실현하고… 공모주 11년 냈는데 매년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씩 꼬박꼬박 벌더라고요. 올해도 3월까지 공모주 수익률이 아주 훌륭해요.

Q. 근데 공모주가 계속 그렇게 뜰 수 있을까요?

유사기업 비교해서 공모가격 낮게 형성되는 게 공모주의 원칙이니까요. 단, 과열되면 공모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많으니 조심해야 해요. 까먹을 수 있어요. 투자설명서 분석해서 비싸 보이면 청약조차 안 해요. 분석 글 올리는 이유도 저 따라서 하라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입장에서 판단에 도움 되라고 쓰는 거예요. 이 공모주가 싼지 비싼지 판단하시라고 말이에요.

공모주 11년 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기업 분석한 자료 아까워서 올리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벌기 딱이니, 연세 많은 분들이 많이 하시죠. 퇴직금이나 모아 놓은 목돈 갖고 안정적으로 생활비 벌 수 있죠.


박동흠 회계사님의 블로그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현금이나 부동산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

집 한 칸에 들어간 돈 제외하고 나머지는 현금이랑 주식 반반 가지고 가고 있어요. 팍팍 떨어질 때를 대비해 현금은 항상 필요하거든요. 특히 트럼프가 정권 잡은 후에는 급락한 후 급등하는 패턴이 많아서 급락 때 사려고 돈은 항상 들고 있어요. 제가 HTS는 잘 안 보는데 팍팍 떨어질 때는 뭐 살 거 없나 들어가서 보기도 해요.

부동산 투자는 해본 적 없어요. 요즘 애들이 많이 커서 공부시키느라 땅값 비싼 동네로 이사했거든요. 부동산에 돈이 많이 묶였어요. 이사하느라 어쩔 수 없이 주식비중을 좀 줄였는데, 앞으로는 버는 돈에서 생활비 빼고 다시 주식투자 시드머니로 돌리려고요.

개인적으로 부동산은 투자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우리 가족 살 집 하나만 있으면 돼요. 부동산 시세가 많이 오르면 돈 벌고 기분 좋겠지만, 반대로 안 좋은 사람도 생기잖아요. 그렇게 벌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주식은 기업이 성장하면 주주와 회사가 같이 성장의 과실을 쉐어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제 투자철학과 잘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