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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배민 오퍼레이션 기틀을 닦은 능력자, 천세희 대표 인터뷰
by 픗픗 아카데미 | 오피셜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첫 직장은 어디였습니까?

천세희(더자람 대표): 제가 94학번 상경계였는데, 졸업 시즌이 IMF 때라 온갖 데 다 넣었죠. 넣은 데도 취소되고 그러다, 대우증권에 처음 갔어요. 상담원 업무를 맡게 됐는데, 6개월 만에 CS 강사로 발탁돼서 3년간 그 일을 맡았어요. 그때만 해도 콜센터가 신규사업이었기 때문에 퀄리티가 대단히 좋았어요. 대졸자만 뽑았고 교육도 1달 이상 시켰어요.

리: 네이버는 어쩌다 간 건가요?

천세희: 원래는 네이버 콜센터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컨설팅 일을 잠시 했어요. 6개월 컨설팅을 끝내고 개선 방향 제시하니까 네이버 임원이 그냥 직접 와서 하라고…

리: 네이버는 일하기 어땠어요?

천세희: 2000년대 제가 있을 때를 스타트업 리즈시절이라 생각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급격하게 성장하는 와중에 각각의 카테고리에 오너십이 있었어요. 카페 팀은 카페를, 블로그 팀은 블로그를 자기 새끼처럼 여겼죠. 오너십에 기반한 전문가들이 가득하니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네이버가 무슨 대학원 수업 같았죠. 너무 배울 게 많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전설

리: 본인은 어느 부문에 오너십을 가진 전문가였나요?

천세희: 저는 정확히는 콜센터보다는 오퍼레이션, 정책 부문이었어요. 네이버 처음 입사했을 때 상담원이 20명이었는데, 300명까지 늘었어요. 그 와중에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던 거죠. 그러려면 당연히 정책 문제까지 건드릴 수밖에 없었고요. 이용자 커뮤니케이션, 환불보상, 개인정보… 워낙 서비스가 크다 보니 정책을 수립해야 했어요.

리: 지금은 대체 네이버 CS 직원이 몇 명입니까?

천세희: 지금은 오히려 줄었을 거예요. 저는 항상 고객센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요. 좀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제품 단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고객센터가 있는 거다, 라는 거죠.

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 덕택에 서비스가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콜센터가 있으니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 않나요?

천세희: 대표님도 프로덕트에서 해결되지 않으니 콜센터에 전화하는 거잖아요. 요즘은 백단과 UX가 잘돼 있으니 거기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정상이에요. 고객 만족, 친절, 이런 거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너무 중요하지만 온라인은 달라요. 애플 보세요. 정말 마지막 문제해결 안 될 때 전화하잖아요. 애플의 어마어마한 트래픽에 대비해서 고객센터까지 많이 안 가요. 앞으로도 IT 기업은 다 그런 길을 걸을 거예요.

 

네이버, 맥도날드를 지나 ‘배달의민족’으로

리: 아무튼 그렇게 정붙이던 네이버는 왜 떠나서 맥도날드로…

천세희: 그냥 가까워서(…) 그때가 강북 살 때였는데 너무 출퇴근하기 힘들었어요. 네이버 그린팩토리 가는 광역버스 타고 광화문 교보빌딩이 보일 때마다 ‘저런 데서 일하면 좋겠다’ 했죠. 그런데 그 건물에 있던 한국 맥도날드 지사에서 오퍼가 온 거예요. 그때가 맥딜리버리로 대박 터진 때였어요. 배달업이 성공하려면 일단 배달하던 습관과 라이더가 확보되어야 했어요. 여기서 다른 나라는 죄다 허들이 걸리는데 한국은 기반이 너무 잘돼있었던 거예요.

없던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금방 정착한 맥딜리버리

리: 거기선 어떤 일을 했죠? 맥도날드에 온라인이 별로 중요해 보이진 않는데…

천세희: 처음에 한 게 실시간 온라인 리포트예요. 매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한국 지사에 리포트가 올라가요. 300개 매장에서 터지는 오만 일이 다 보고됐죠. 어느 매장에 식약청에서 오면 바로 전국 매장에 주의보가 뜨죠. 반대로 블랙컨슈머가 햄버거에 이물질 넣어 다닌다는 이야기도 실시간 공유됐고요.

리: 그런 보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하지요?

천세희: 각 보고를 취합해서 매뉴얼이 나오죠. 각 보고를 바로 회수한 후 본사 보고에 들어가요. 그러면 본사에서는 확인하죠. 그리고 모든 매장에 보고가 공유돼요. 온라인 덕분에 굉장히 발 빠른 대응이 가능했죠.

리: 그렇게 인정받던 맥도날드는 왜 또 나왔습니까?

천세희: 모든 회의를 영어로 하는데, 제가 네이티브가 아니잖아요. 제가 투머치토커라 한국말로 하면 다 씹어먹을 건데, 미팅이 다 영어에요. 유치원생처럼 어버버 하니까 스트레스가 심했죠. 그래서 그냥 유학이나 가자, 하면서 맥도날드를 나왔어요.

리: 그런데 왜 또 배민으로?

천세희: 쉬면서 영어 공부할 때 네이버 같이 다녔던 배민 직원들이 연락이 왔어요. 누나 잠깐 치맥 하러 오세요, 3주년 행사 오세요, 그래서 가보니까 너무 가족 같고 이쁘고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가 우리 오퍼레이션이 힘든데 좀 도와달라고 해서 6개월만 도와주자 마음먹었다가 5년이 됐죠.

리: 배민 오퍼레이션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죠?

천세희: 그때가 앱에서 바로결제로 넘어가는 단계였어요. 그전까지는 앱으로 주문 넣으면 배민 콜센터에서 치킨집에 전화해서 배달했거든요. 이걸 넘어가는 단계가 너무 힘들었던 거죠.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제가 콜센터를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본사에서 정책을 만들어 내리는 역할을 했어요. 가자마자 직접 서비스 기획해서 고객상담 시스템 백엔드단을 만들었죠.

이젠 없는 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해진 시스템이다.

리: 그 고객상담 백엔드단의 특징은 뭐죠?

천세희: 저는 CS라 안 하고 오퍼레이션이라 해요. 오퍼레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가시성 확보’예요. 오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대표가 오후에 알아야 해요. 배민을 예로 들면, 오늘 봄방학 특별 할인이벤트를 했잖아요? 그러면 관련 문의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알아야 하고, 이걸 유형 분석해서 어떤 문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야 해요. 아니면 전체 통계 까야 하는데, 이미 이벤트 끝난 뒤죠. 이게 바로 네이버에서도 강조했던 오퍼레이션 ‘정책’이에요. 오퍼레이션은 리스크와 성과를 끊임없이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데, 바로바로 알 수 없으면 대응할 수도 없거든요.

 

단순고객응대는 줄이고, 오퍼레이션은 고도화하고

리: 실시간으로 체크하다 보면, 운영에 병목 걸리지 않아요?

천세희: 상담원이 처리하면서 바로 입력하게 해야죠. 클릭 4~5번 하면 대충 유형 구분은 돼요. 제가 컨설팅한 초기 스타트업 한 곳은 구글 서베이로 처리하게 만든 곳도 있어요. 이전에는 하루에 몇 번 고객 문의 들어오는지 카운트도 힘들었는데, 이걸 통해 어떤 상담이 일어나는지 모두가 알게 됐죠. 프런트는 보이니까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는데 백엔드는 뭐가 문제인지 판별하기 힘들거든요. 그렇게 숨은 구멍을 바로잡는 거죠.

리: 입력값을 일일이 직접 넣어요?

천세희: 대부분 고객센터가 다 그래요. 그래서 보통 큰 고객센터는 리포팅을 잘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코칭하는 QA가 있어요. 요즘은 또 전화상담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아서 기록이 어렵지도 않아요. 카카오톡이나 챗 상담이 많죠.

이제 소규모의 쇼핑몰도 카카오톡 상담을 많이 채택한 상태다.

리: 그래서 배민은 어떤 개선이 있었나요?

천세희: 제가 처음 갈 때만 해도 배민으로 주문 들어오면, 또 배민에서 치킨집에 전화하는 구조였어요. 회사가 알려지며 전화가 터져나갔죠. 근데 이 주문이 안정적이지 않아요. 어제 2만 건 들어오다가 오늘 3만 건 들어왔다고 콜센터 직원을 갑자기 늘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 명당 처리할 수 있는 건수를 분석하기도 하고, 콜이 많이 몰리는 시간도 분석하며, 점심 저녁에 많이 투입하기도 하고 브레이크타임에 빼기도 하고…

리: 결국은 데이터군요.

천세희: 그렇죠.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환불 요청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처리하는 시간이 다르거든요. 시스템과 모니터링이 고도화되려면 이런 데이터가 잔뜩 쌓여야 해요. 나중에는 결제오류 같은 것도 금방 유형화시켜서 답변해줄 수 있죠. 특정 카드 문제라거나…

리: 자동화가 계속 진행되면 할 일이 줄어들겠네요.

천세희: 단순고객 문의 응대는 줄어들지만 오퍼레이션 단은 업무가 고도화돼요. 비단 주문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광고 문의, 메뉴 업데이트 문의 등이 있잖아요. 이를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챗봇이나 AI가 할 수 없는 컨설팅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힘든 문제는 휴먼리소스가 들어가며 퀄리티를 높이고, 나머지는 챗봇, AI로 대체해가는 거죠. 배민도 지금 단순 문의는 프런트 단에서 해결 가능해요.

 

배민아카데미의 탄생: 결국 엔드유저에게 가는 효용을 높여야 한다

리: 자, 그래서 본인은 이후 어떤 일을 했습니까?

천세희: 배달의민족은 사실 B2B 서비스잖아요. 고객만큼이나 광고주를 만족시켜야 해요. 네이버 후반기에는 광고팀에 있었는데, 고객들은 네이버를 좋아하지만 광고주는 등골브레이커로 생각했어요. 네이버 때는 네이년 소리를 듣더니, 배민 와서는 자영업 등골브레이커 소리를 들었죠. 네이버 때는 주요 검색광고대행사들을 케어하며 해결할 수 있었지만 배민은 자영업자와 직접 소통해야 하니 더 힘들었죠. 그래서 네이버 때 못한 광고주, 자영업자 케어 쪽 일을 해보자 하고 생각했죠.

그렇게 배민아카데미가 출발했다.

리: 어떤 식으로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지요?

천세희: 배민 초기에는 광고주분들도 PC나 앱 사용을 어려워하셔서 광고 운영할 때 영업사원이나 고객센터 의존도가 높았어요. 광고시스템의 기능도 좋아야 하고 자주 접속해서 배민 플랫폼에 대한 리레이션십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광고주 콘텐츠, 즉 윈&윈 프로모션을 하게 되었죠. 꽃보다 매출, 민트 라이더, 청결왕 프로젝트, 사이다 특강… 이런 것들을 통해 사장님들께 유용한 정보를 드리고 배달의민족을 활용하는 분들을 멋지게 브랜딩해드렸죠.

리: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천세희: 배달대상이죠. 웃자고 하는 걸 죽자고 하는 건데 한 해 동안 배달의민족에서 가장 장사 잘하신 멋진 100명을 선정했어요. 올해의 피자상, 올해의 치킨상 등등… 호텔에서 멋지게 어워드를 진행했죠. 유튜브에도 있겠지만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사장님들이 “이날만 보고 내가 열심히 했다”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초밥 짓고” “낮밤 없이 배달한 우리 남편”…

리: 그리고 배민아카데미로 이어진 건가요? 이건 어쩌다…

천세희: 처음에는 배달의민족 앱을 잘 활용하는 법으로 시작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ID, PW도 잘 모르는 사장님들이 많으니 시작부터 천천히 알려드렸죠. 근데 사장님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카테고리를 늘려나갔죠. 외식업 쪽 성공한 사장님 모셔서 특강도 했고 좀 더 넓게 상권분석,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 정말 다양한 과정을 열었죠.

리: 배민에서는 왜 그런 돈도 안 되는 사업을 지원한 거죠?

천세희: 일단 배달의민족도 사장님들이 잘 돼야 더 커지잖아요. 사장님들이 장사를 잘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을 제공해드리면서, 배민과 건강한 관계를 쌓길 원한 거죠. 이건 김봉진 대표님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결국 엔드유저에게 가는 효용을 높여야 한다. 사장님들이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들고 친절하게 배송해야 엔드유저 만족도 높아진다…

리: 말 나온 김에… 김봉진 대표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천세희: 대표님이 되게 좋았던 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뭐 하고 싶다고 하면 “네 그러세요, 하세요”가 끝이에요. 심지어 제가 뭐 하고 싶은데 옆에서 반대하면, 김 대표님이 “저렇게 확신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일단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니까 해봅시다”라고 말하기까지 했죠. 결과가 나빠도 실패에 대해 탓하지 않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이야기해주시죠. 너무 감사했어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리: 크으… 대머리 대표님 ㅠㅠ

천세희: 또 좋았던 건, 회사에 되게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다이다이로 설득해요. 수수료 0% 이야기 나오는 순간 영업에서는 매출 줄어드니까 뒷골 땡겨했죠. 저도 CS 총괄이니까 콘텍스트를 알아야 고객이든 광고주든 설득이 쉽잖아요. 그때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 납득시켜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죠. 수수료가 없으니, 언론과 소비자의 결정적 공격포인트가 사라졌어요. 고객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도 좋아하는 회사가 된 거죠.

리: 아무튼 배민아카데미도 대성공이었군요.

천세희: 어차피 회사에서는 돈 까먹는 일이라 성공이라기엔 뭐한데(…) 내부 반응은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건, 지식 전달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그 속에서 보이는 사장님들의 열성이었어요. 또 교육 들으러 오는 단골 사장님들이 처음 오는 분들께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런 모습이 좋았어요. 사실 경쟁자인데도 그런 분위기가 잘 만들어졌죠. 나중에는 L타워에서 700명 모아서 ‘자란다데이’라고 앵콜 강연도 했어요.

 

더자람’의 시작

리: 그 배민을 또 나갔습니다.

천세희: 회사가 너무 성장하니까 좀 쉬고 싶었어요. 배민이 되게 좋은 게 개개인 능력도 뛰어났고 팀웍도 좋았거든요. 어벤져스였죠. 근데 이제 직원 1,000명 되고 시스템 회사가 되니까 개인 역량보다 팀웍이 더 중요하고 리스트 매지니먼트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되었어요. 전 초기 멤버니까 수성보다 치성 잘하시는 분들이 잘해주시리라 믿고~ 좀 쉬고 싶었어요.

리: 그래도 이사급에 김봉진 대표가 다 들어주는데… 더 하고 싶은 건 없었나요?

천세희: MRO 사업인 배민상회도 키워보니 정말 더 하고 싶은 건 없었어요. 제가 빡세게 일하니 사람들이 일 중독자인 줄 아는데 저는 워라밸주의자에요. 그냥 재밌어서 열심히 한 시기가 있는 거죠. 그래도 운 좋게 20년 가까이 오퍼레이션이란 한 카테고리를 풍미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 가족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으니, 만으로 3살 좀 넘은 아이와 제주도에 살아보자고 생각하고 나왔죠. 집 지으려고 땅도 샀어요.

리: 근데 왜 지금 서울에 있는 거죠?

천세희: 막상 가니까 심심해서(…) 서울여자.

제가 가고 싶어져서 의미 없이 사진 넣어 봅니다

리: ……

천세희: 그런데 배민 있으며 느낀 게, 전 자영업 사장님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큰 비즈니스든 동네 구멍가게든 대표는 달라요. 시야도 다르고 고민하는 것도 달라서, 그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문의를 해주셨어요. 오퍼레이션 혹은 브랜딩에 대한 조언을 좀 해달라고… 그렇게 워크숍을 진행해준 회사만도 최근 2달 사이에 3개에요.

리: 정말 나와서도 쉴 틈이 없군요.

천세희: 틈틈이 놀기도 해요. 중간중간 트레바리, 헤이조이스 통해서 사람들도 만나고… 20년 직장생활 동안 얻은 건 일의 숙련, 그리고 선택과 포기죠. 집중이 아닌…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니 정리가 잘 되더라고요. ㅍㅍㅅㅅ에서 할 강의도, 배워서 쓰는 스타트업 브랜딩, 마케팅, 매출전략이잖아요? 세 가지 다 실전 직장에서 해봤던 거고, 한 번쯤은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가능하다면 원론이나 말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리: 교육 프로그램만 짜다가, 이제는 직접 교육을 해보고 싶다?

천세희: 그게 20년간 운 좋은 직장생활 하게 해준 사회에 대한 공헌, 살풀이라 생각해요. 자의건 타의건 20년간 열심히 일했으니까 제가 아는 지식은 세상에 보답하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제가 잘나서 여기까지 왔다고 흥에 겨워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저를 도와준 수많은 지인, 그리고 행운이 있었어요. 이걸 좀 나눠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리: 딴소리지만 명함 참 예쁘네요.

천세희: 명함을 처음 만들 때는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의 중간 녹색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네이버에서 배달의민족으로 색이 점점 진해지잖아요. 그렇게 더 진한 사람,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로 더 진한 색으로 만들어봤어요.

리: 뭔가 어거지 같은데요…..

천세희: 네, 사실 지인이 이렇게 끼워 맞춰줘서…

 

오퍼레이션, 브랜딩과 ‘문제 분석’부터 시작하라

리: 스타트업 대표들이 오퍼레이션 관련 조언해달라고 하잖아요. 보통 가보면 어떤 문제가 있던가요?

천세희: 보통 CS의 정의가 좀 달라요. 고객 만족을 위한 응대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전 이걸 항상 오퍼레이션, 효율적 운영이라 바꿔줘요. 매출이야 높으면 좋은 거지만, 운영은 효율적으로 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내부 KPI, 프로세스 이전에 이를 위한 다양한 문제 정의부터 중요하죠. 그런데 보통 문제는 표면적이에요.  CS 인력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환불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내부 고객 만족의 정의, 서비스 품질은 어디까지 갈 건지, 이런 정의에 부딪히게 되죠.

고객 응대와 효율적 운영은 사실상 맞닿아 있는 셈이다.

리: 개발능력이 좋은 팀이면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불가능한 팀도 있어요. 이에 따라 좀 시나리오가 달라질 것 같은데요.

천세희: 어느 쪽이든 기본은 같아요. 가능한 한 데이터를 쌓아 보자, 그러면 어떻게 쌓을 것인가부터 정의해야죠. 그러려면 뭘 기준으로 볼지부터 정해야죠. 이게 시작이에요.

리: 그렇다면 그 기준은 탑다운으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고객 상담하는 곳에서 VOC를 올려야 할까요?

천세희: VOC 분류는 어떻게 할 거예요? 문의 목적, 누가, 어디에서 등?

리: 말씀하신 분류로 태깅 가능하잖아요.

천세희: 그렇죠. 그 태깅 설계부터 들어가야죠.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하기 어렵거든요. 예로 ㅍㅍㅅㅅ도 독자들 문의는 많이 오는데, 이걸 어떻게 분류할지 내부에 정의가 없잖아요. 지금은 하나씩 처리해도 되니까. 그래서 스타트업이 보통 성실하고 똑똑한 막내에게 맡겨요. 근데 막내가 힘들다고 울어요. 3명으로 늘리죠. 3명이 미친 듯이 일하고 또 울어요. 작은 회사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도 돌아볼 틈이 없죠. 대표가 직원이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려면 리포팅이 잘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데이터를 잘 쌓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리: 그 대원칙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요?

천세희: 브랜딩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업에 대한 정의, 고객에 대한 정의, 그래서 우리 프로덕트가 무엇이고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지…그래서 워크숍에서 자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할 때도 있어요. 미션, 슬로건 만들고 조직문화 다잡으며 시작하는 경우도 있죠. 이걸 좀 더 멋있게 다듬어서, 이 회사는 강력한 팀이고 훌륭한 프로덕트를 가졌다는 걸 워싱해주는 거죠.

결국 브랜딩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리: 아무리 그래도, 데이터 분석 인력이 없으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천세희: 최근 구글 서베이 좋더라고요. 엑셀로 만들어도 돼요. 클릭클릭으로 넘겨 입력하고 나중에 볼 수만 있으면 돼요. 고객 문의 하나하나를 정해진 태깅 정책으로 등록하는 거죠. 예로 ㅍㅍㅅㅅ 인터뷰 나가고 우리 회사 트래픽이 터졌어요. 이때 인터뷰 발행일을 태깅했다면 쉽게 대처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게 없어서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겨우 들어온 고객은 떠나버리고. 아무튼 구글 서베이든 엑셀이든 히스토리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요.

리: 분석할 때는 어떤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 좋을까요?

천세희: 목적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이것도 태깅 잘하면 굉장히 편해요. 네이버를 예로 들게요. VOC에서 카페, 블로그 등 태그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거죠.

리: 되도록 자주 보는 게 좋을까요?

천세희: 생각보다 자주 보기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프로덕트 기획자가 고객의 제안사항을 보고 서비스 개선하는 거는 무능하다, 감이 없다고 생각해요. 시장에서 원하는 프로덕트와 내가 해야 할 걸 직관적으로 알고, VOC는 검증하는 데 써야 한다는 거죠. 스타트업은 특히 시장 리드해야 하는 사람이지, 시장에서 문제 해결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넘치는 ‘오지랖’으로 대표의 코어를 찾아라

리: 오퍼레이션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뭐가 있을까요?

천세희: 기본적으로 꾸준하고 성실하게 계속 지켜보는 게 오퍼레이션 역량인 것 같아요. 그리고 복잡하게 일하는 꼴 못 보는 사람. 5단계 일하는 걸 2단계로 줄이는 사람 있잖아요? 시스템뿐 아니라 R&R도 잘 정리하면 조직 운영이 완전히 바뀌죠. 그러려면 전체를 봐야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역량이 오지랖이에요.

리: 오지랖???

천세희: 제 스스로를 정의한 게 덕질과 오지랖을 비즈니스화한 사람이에요. 제가 스타트업 진단 들어가면 오퍼레이션뿐 아니라 대표, 임원, 직원까지 사전 인터뷰 다 해요. 각자 자기 뷰에서 보는 게 다르거든요. 일단 그런 이야기를 집요하게 다 듣는 게 덕질이에요. 그렇게 회사와 대표의 코어를 찾아 나가죠.

리: 제 코어는 뭡니까?

천세희: 굳이 비유하자면 신동엽 이미지? 말은 세게 하는데 그렇게 밉지는 않은?

(……)

리: ……

천세희: 아무튼 그렇게 회사 이야기를 듣고 그러면, 엄청 감정 이입되고 걱정해서 잠도 안 와요. 안 그래도 대표님 이야기 듣고 ㅍㅍㅅㅅ 걱정돼 죽겠는데(…) 그걸 그냥 덕질로 끝내지 않고, 좀 더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게, 제가 독립한 더자람에서 하는 일인 거죠.

리: 고객상담을 두고 대표들이 내부에서 처리하냐, 콜센터 외주 맡기냐를 두고도 고민이 많습니다.

천세희: 케바케인 것 같아요. 가이드 잘 만들고 그대로 할 수 있다면야 아웃소싱으로 비용 경감하고 시스템에 집중하는 게 맞죠. 하지만 맞춤 상담을 통해 세일즈 밸류 높일 수 있다면 안으로 들여야죠. 전통분야고 부가가치가 낮다면 아웃소싱, 새로운 분야고 부가가치가 높다면 내부 처리, 좀 거칠지만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리: 스타트업 대표들의 걱정 중 하나가 고객상담 하는 애들은 연차 쌓여도 전문성이 높아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모티베이션이 안 된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천세희: 포인트가 뭐냐면, 대표가 그 역할에 대한 커리어패스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처음부터 고객 응대만 한다고 생각하면, 그냥 인턴 막내 써야죠. 하지만 오퍼레이션 총괄로까지 생각한다면 안방마님, 가난한 집 첫 번째 누나 같은 사람이잖아요. 키울 수만 있다면 굉장히 큰 회사의 자산이 될 거예요.

 

직접’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것도 인사이트가 된다

리: 현실적인 여러 이유로 내부에서 고객상담을 하는 곳이 가지는 또 하나의 고민이 있어요. CS 직원은 완전 총알받이라 엄청 스트레스받잖아요.

천세희: 제가 배민에서의 에피소드 하나 알려드릴게요. CS 전 직원에게 1인당 5만 원 쿠폰 줬어요. 어디 쓰는지 묻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죠. 당신이 사 먹어도 되고, 엄마 줘도 되고, 고객 컴플레인 케어할 때 써도 된다고 했어요. 그거 하나로 만족도가 확 높아졌어요. 진상 고객 케어도 쉽고, 운 좋게 안 걸리면 맛있는 거 사 먹을 수 있고…

리: 아이디어 개쩌네요.

천세희: 돈데코만이라는 쿠폰도 있었어요. 〈시간탐험대〉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한 달에 2시간 사라질 수 있는 쿠폰이죠. 고객 컴플레인 힘들잖아요. 그때 잠시 사라지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김봉진 대표님께 하니까, 이왕이면 좀 더 기분 좋게 네일이라도 받게 해주라고 ‘샤방샤방 쿠폰’으로 바꿨어요. 2시간 쉴 때 네일숍 가서 네일케어 받고 남자들은 미용실 가고…

※ 참고: 이걸 붙들고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이라고 외치면 과거로 돌아간다(…)

리: 고객 상담받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각 분야에서 처리하는 게 좋을까요?

천세희: 조직 사이즈와 상황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막 달려나가야 하는데 고객 상담으로 하루 날리는 거, 좋지 않잖아요. 달릴 때는 대신 받아주는 사람 필요하고, 대신 그 사람에게 권한을 줘야겠죠. 또 우리가 좀 다져나갈 필요가 있을 때는, 직접 고객 문의를 처리해보는 것도 좋은 인사이트가 돼요. 상황에 따라 유연해야 하죠.

리: 오퍼레이션 관련해서 구멍가게 사장님들 고민 많은데, 이거부터 해보라고 추천할만한 것 있나요?

천세희: 일단 첫 질문이 ‘하루 몇 건 들어와요?’예요. 데일리 리포트를 받으면 바로 답할 수 있죠. 이걸 대표가 직접 안 받으면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케이스가 많아요. 그러니까 오퍼레이션 담당자에게 오늘 하루 무슨 일 있었는지 한 장으로 꼭 받으란 거죠. 그게 있으면 가뜩이나 정신없는 대표 입장에선 참 편해지죠.

리: 인터뷰 나가면 많이 유명해질 텐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해서 도와달라 하면 뭐라 답하시나요?

천세희: 일단 가요. 가서 만나보고 이야기 들어봐야죠. 그때부터 판단은 제가 내려요. 도와줄지 말지, 돈 받을지 말지, 그냥 생까고 말지… 기준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자기 안에 자기 게 있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거든요. 없는 사람은 옆에서 달콤한 얘기 하면 흔들려요. 하지만 자기 게 있는 사람은 제 이야기를 수용하건 반사하건 어떻든 반응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라면 까여도 좋으니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죠.

리: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천세희: ㅍㅍㅅㅅ에서 연락 왔을 때 참 좋았어요. 헤이조이스의 스몰비즈니스 과정은 오프라인에서 창업할 수 있는 비즈니스 사례 중심의 과정이었어요. 그걸 더욱 발전시키고 제 경험을 담아서 스타트업에 맞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게 저와도 훨씬 핏이 잘 맞는 것 같고요. 많은 스타트업이 빨리 커야 하는데 오퍼레이션이 발목을 잡잖아요. 그분들께 날개를 달아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과정이 ㅍㅍㅅㅅ의 시그니처 과정이 됐으면 더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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